불가능의 세계
갈림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서 있을 때였다. 디디는 여전히 머리의 무게를 팔로 지탱하며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호박이...... 이윽고 금속조각으로 가득찬 자루가 바로 귀 곁에서 터진 것처럼 요란하고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려왔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그런데 이것은 상당히 왜곡된 기억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으니까. 아주 짧지만...... 돌이키고 돌이키기를 거듭하는 동안 몇 개의 겹으로 늘어나버린 그 순간, 최초의 충격이 있었을 때...... 구 인승 승합차와의 충돌로...... 작은 유릿조각들과 빗물, 차가운 빗물이 바늘처럼 얼굴로 튀어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고...... 다른 차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버스가 크게 회전했을 때...... ..
11월 새문안지 기고글. 존엄, 그리고 농민 백남기 지난 달 농민 백남기가 끝내 목숨을 거뒀다. 317일 간의 ‘연명’을 마치고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쓰러진 날 이후로 그의 죽음은 의사에 의해 조율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전에 연명치료를 거부했던 고인의 뜻도, 그의 뜻을 존중했던 가족들의 의견도 묵살한 채 병원은 고집스럽게 그를 연명시켰다. 더 이상 채혈이 가능한 정맥이 없을 때까지, 신장, 췌장, 간, 폐 기능이 모두 망가질 때까지, 승압제로 혈압을 유지시키고 인공호흡기의 산소 농도를 100%로 높이면서 그를 억지로 연명시켰다. 배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이뇨제로도 소변 배출이 안 되는 상태로 그는 죽었다.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그 날부터 목숨을 거두기 전까지 그의 존엄은 어디..